전기차 충전요금이 8월 1일부터 개편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낮 시간대 남는 전기를 활용해 충전료를 거의 제로 수준으로 낮추자고 직접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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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전기차량이 충전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왜 대통령이 "공짜"까지 말했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2026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전기차 충전 요금을 거의 제로(0)에 가깝게 운영해도 손해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걸 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단순한 정책 검토성 발언이 아니라 속도를 주문하는 어조였다.
발언 배경에는 낮 시간대에 남아도는 전력을 그냥 버리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자리한다.
버려지는 전기, 얼마나 되길래
이날 토론에 참여한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한여름 냉방 수요나 한겨울 난방 수요가 몰리는 시기를 빼면 전력이 남는 시간대가 발생한다고 짚었다.
발전소는 실제로 전력을 생산하지 않아도 설비 유지와 안정 공급을 위한 비용이 든다. 피크타임을 벗어나면 재생에너지 공급을 받지 않고 풍력발전을 세워두는 상황도 벌어진다.
실제로 국회에 제출된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확인해보면 규모가 작지 않다. 송전선로 포화로 인한 발전제약량은 동해안 기준 2019년 1,537GWh에서 2023년 1만804GWh로, 서해안은 2019년 2만822GWh에서 2023년 3만3,822GWh로 늘었다. 제주는 풍력 출력제어 횟수가 2019년 46회에서 2023년 117회로 늘었고, 출력제어량도 9,223.5MWh에서 2만6,200.7MWh로 2.8배 넘게 증가했다. (출처: 이언주 의원실·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 자료, 2024.10)
호남권 태양광은 지난해 5월 10일부터 29일까지 매일 출력제어가 발생할 정도로 심각했다. 이 대통령은 "낮에 어차피 버리는 전기를 충전에 쓰면 국가적으로도 이익이고 국민 편익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8월 1일부터 달라지는 요금표
흥미로운 대목은 제도가 이미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는 점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기차 공공충전요금 체계 개편안'을 확정해 8월 1일부터 시행한다. 요금 체계는 기존 2단계에서 30kW 미만·30~50kW·50~100kW·100~200kW·200kW 이상 5단계로 세분화된다.
완속충전기, 9.1% 내려간다
전체 충전기의 90%를 차지하는 완속충전기(30kW 미만)는 kWh당 요금이 324.4원에서 295.0원으로 29.4원(9.1%) 인하된다. (출처: 기후에너지환경부 공고, 2026.07)
초급속충전기는 오히려 오른다
반대로 200kW 이상 초급속충전기는 kWh당 347.2원에서 393.1원으로 45.9원(13.2%) 오른다. 충전 속도별 원가를 반영하는 구조로 바뀌는 셈이다. 중간 구간인 30~50kW는 307.2원, 50~100kW는 325.6원, 100~200kW는 348.4원이 적용된다. (출처: 기후에너지환경부 공고, 2026.07)
기후부는 "향후 계시별 연동 요금제로 재생에너지 활용을 극대화하고 전기차 소비자의 요금 부담을 완화할 수 있게 요금체계를 개편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낮 충전이 유리해지는 이유
잉여전력이 몰리는 시간대는 주로 태양광 발전이 활발한 낮이다. 지금까지 전기차 절약 공식이 '심야 완속'이었다면, 앞으로는 회사 주차장이나 상업시설에서의 '주간 충전'이 가장 저렴한 선택지로 바뀔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직장인들은 보통 유류비로 한 달에 20만~30만 원을 쓰는데, 낮에 적정한 시간대에 충전하면 거의 공짜로 쓸 수 있다면 전기차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문자 그대로 0원이 되기는 어렵다. 충전요금에는 전기요금 외에 충전기 운영비와 법정검사비 등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민간 충전사업자엔 부담이 될 수도
공공요금이 제로 수준으로 내려가면 유료로 운영되는 민간 충전기의 가격 경쟁력이 무너질 수 있다. 설비에 이미 투자한 민간 사업자 입장에선 수익성 문제가 뒤따른다.
형평성 논란도 변수다. 같은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가정용 전기요금도 시간대별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물가 관리 때문에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가정용은 손대기 어렵고 전기차 충전만 공짜에 가깝게 낮추는 그림이라, 재원과 명분을 함께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부터, 얼마나 빨리 확산될까
이 대통령은 "전기차 전환이 가장 쉬운 제주도조차 2030년 목표가 50%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제주 시범사업 계획을 보고하자 돌아온 답은 "빨리빨리 하세요"였다.
김 장관은 제주도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 시행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후 전라도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8월 1일 시행되는 요금체계 개편과 제주 시범사업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기차 충전료가 진짜 0원이 되나요?
A. 문자 그대로 0원은 어렵다. 충전요금에는 전기요금 외에 충전기 운영비와 법정검사비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다만 잉여전력 시간대 요금이 크게 낮아지면 체감상 거의 공짜에 가까워질 수 있다.
Q. 8월 1일부터 바뀌는 충전요금은 얼마나 내려가나요?
A. 전체 충전기의 90%를 차지하는 완속충전기(30kW 미만) 기준 kWh당 324.4원에서 295.0원으로 9.1% 인하된다. 반대로 200kW 이상 초급속충전기는 13.2% 오른다.
Q. 낮 충전이 왜 유리해지나요?
A. 잉여전력이 몰리는 시간대가 주로 태양광 발전이 활발한 낮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으로 계시별 연동 요금제를 도입해 이 시간대 충전료를 추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Q. 제주도 시범사업은 언제 시작되나요?
A.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 제주도부터 시범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전라도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기자수첩
이 기사를 쓰면서 버려지는 전기의 규모를 직접 확인하고 놀랐다. 동해안·서해안 발전제약량과 제주 풍력 출력제어량 모두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었다. 에너지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에서 이 전기를 어떤 방식으로든 재활용하는 것은 또 하나의 산업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테슬라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은 전기차 수요 둔화기 속에서 새로운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상업용 대형 배터리 '메가팩(Megapack)'과 가정용 '파워월(Powerwall)'을 축으로 공급망 현지화와 수익성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를 전량 수입하는 한국도 ESS 사업으로 버려지는 전기를 산업화하고, 그중 일부를 낮은 가격에 공급해 전기차 충전 수요로 연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이런 사업은 민간 단독으로 추진하기는 어렵다. 전기산업 민영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만큼 국가 주도의 투자와 제도 정비가 먼저다.
버려지는 에너지가 새로운 산업의 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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