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FSD 한국 도입 시기를 두고 내년이라는 전망과 영원히 어렵다는 비관론이 동시에 나온다. 국토부의 정보공개 답변과 UNECE 국제기준 절차를 직접 짚어보면, 그동안 국토부를 둘러싸고 퍼진 오해 다섯 가지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디카스(DCAS)가 뭐길래 이렇게 시끄러운가
한국 자동차 관련 법규는 유럽 법규 체계를 따른다. 그래서 유럽에서 테슬라 FSD가 허용되면 한국도 뒤따라 허용될 여지가 생긴다는 게 핵심 전제다. 여기서 '디카스(DCAS)'는 완전 자율주행이 아니라 레벨2, 즉 운전자 제어 보조 장치(ADAS)가 발전한 형태를 규정하는 국제 기준이다. 공식 명칭은 UN Regulation No. 171(R171)로, UN 유럽경제위원회(UNECE) 산하 WP29가 관리한다. (출처: UNECE R171 규정 원문, WP29 199차 총회 채택본, 20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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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 WP. 29) 공식 엠블럼 |
SIM이 있어야 진짜 의미가 생긴다
디카스에서 핵심 개념은 'SIM(System-Initiated Maneuver)'이다. 사람이 방향지시등을 켜야 차선을 바꾸는 게 아니라, 차가 스스로 판단해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을 바꾸는 기능이다. 초기 디카스에는 이 기능이 빠져 있어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시리즈 01에서 02로 확장된 이유
시리즈 01은 고속도로에서만 SIM을 허용했다. 일반 도로로 나오면 기능이 끊기는 문제가 있었고, 교차로·비보호좌회전 대응 요구가 이어지며 시리즈 02가 만들어졌다. (출처: UNECE WP29 199차 총회 결과, 2026.06)
GRVA-24-17 제안서로 본 쟁점 조항
02시리즈 개정안은 2026년 1월 19~23일 열린 24차 GRVA 회의에 'GRVA-24-17' 문서로 제출됐다. 시속 130km/h 이하 고속도로 구간에서 핸즈온 요청(HOR)을 보류할 수 있는 조건, 요청 격상 후 5초 안에 경고 수위를 높이고 10초 안에 운전자 미대응 대응에 들어가는 세부 타이밍 등이 담겨 있다. (출처: UNECE GRVA-24-17 Informal document, 2026.01) 다만 문서에서 노란색으로 표시된 6개 조항은 태스크포스 단계에서 합의되지 않아 GRVA 차원의 추가 결정이 필요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
오해1 - 테슬라는 규제의 피해자다?
많은 사람이 테슬라를 정부 규제에 발이 묶인 피해자처럼 그린다. 실제 구조는 다르다. 디카스를 결정하는 UNECE WP29 산하 GRVA 태스크포스의 첫 간사가 테슬라 직원이었다. 회의 자리에 테슬라 차량을 가져와 시연까지 했을 정도로, 테슬라는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에 가까웠다.
각국 공무원이 자율주행 기술의 세부 배경을 알 방법이 없으니, 데이터와 자료를 가장 많이 가진 기업이 조화를 이끄는 구조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규칙을 정해 기업에 강요하는 게 아니라, 기업들이 원하는 바를 갖고 와 합의점을 찾는 조화 포럼이라는 뜻이다.
오해2 - 유럽은 DCAS로 FSD를 허용했다?
네덜란드 시내에서 FSD가 잘 작동하는 영상을 보고, DCAS 01이 유럽 표준이니 시내에서는 성능이 떨어지는 반쪽짜리를 깔았을 거라 짐작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정반대다. 유럽에는 신기술 예외 조항인 '아티클 39'가 있다. 한국의 규제 샌드박스에 해당한다.
네덜란드는 이 예외 조항을 근거로 2026년 4월 10일 FSD를 미국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허용했고, 덴마크·벨기에·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가 뒤따랐다. 다만 이 예외는 임시 조치다. 벨기에 TCMV에서 27개국 중 55%의 국가와 65%의 인구가 찬성해야 EU 전역에 영구 적용된다. (출처: 유럽연합 자동차기술위원회 TCMV 회의 자료, 2026.06)
오해3 - 국토부는 DCAS 01만 추진 중이다?
작년 10월 박상혁 의원실이 받은 국토부 답변에 "방향지시등 수동 조작 없이 차로를 변경하는 DCAS 도입을 준비 중"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이를 근거로 국토부가 01만 추진한다는 해석이 나왔지만, 이는 시점의 문제다. 그 시점엔 DCAS 01만 발효된 상태였을 뿐이다.
지금 국토부가 정비하는 것은 자동차관리법이라는 상위법이다. 방향지시등을 켠 뒤 2초 후 조향해야 한다거나, 5초 안에 시작되지 않으면 취소한다는 근본 제약을 푸는 작업이지, 01과 02를 세부적으로 가르는 하위법령 수준의 논의가 아니다. 상위법을 정비했다가 1년 뒤 다시 고치는 이중 비용을 감당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오해4 - DCAS 02는 시간이 부족해 못 한다?
국토부 도로교통공단이 지난달 정보공개 청구에 "DCAS 02 시리즈의 국내 도입은 관련 법령 검토 및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이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개별 기능별 확정은 어렵다면서도, 국제 기준과 동등 수준으로 적용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며 법령 개정 목표 시기를 2027년 하반기로 제시했다.
절차별 소요 기간을 더하면 의견 수렴 6개월, 입안 6개월, 입법예고 60일, 규제·법제처 심사 3~4개월로 총 18개월가량이다. DCAS 02는 2025년 9월 발효됐고 반영 시한은 2년 뒤인 2027년 9월이다. 역산하면 올해 안에 입안이 시작돼야 하고, 실제로 다음 달 입안이 예정돼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토교통부 공식 발표 확인하기 →
오해5 - 한국은 끌려가는 입장이다?
가장 널리 퍼진 오해가 이것이다. 지난 1월 24차 GRVA 회의에 국토부 전문가들이 직접 참석해 DCAS 개정안이 WP29로 상정되는 데 동의했다. 지난 6월 199차 WP29 총회, DCAS 02가 공식 투표에 부쳐진 그 자리에서 한국은 UNECE 1958 협정 정식 가입국 60개국 중 한 표를 행사했고, 그 표는 찬성이었다.
한국은 자동차 생산 세계 5위, 시장 규모 세계 3위권의 자동차 강국이다. 목소리가 작은 변방국이 아니라 WP29 논의에서 주도적 입장에 설 수 있는 나라라는 사실을 짚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테슬라 FSD는 내년에 한국에서 완전히 풀리나요?
A. 상위법인 자동차관리법 개정은 내년 완료가 유력하지만, DCAS 01·02 중 어느 수준까지 반영될지는 하위법령 단계에서 결정된다. 아직 확정 발표는 없다.
Q. DCAS 01과 02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A. 01은 고속도로에서만 차선을 스스로 변경하고, 02는 시내 도로에서도 신호·교차로를 인식해 스스로 주행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힌 기준이다.
Q. 한국은 왜 유럽처럼 예외 조항을 못 쓰나요?
A. 아티클 39는 EU 역내 신기술 예외 조항이라 EU 비회원국인 한국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대신 UNECE WP29의 정식 기준 채택 절차를 따라야 한다.
FSD의 실증 효과는 이미 여러 차례 검증됐다. 실제로 사람의 목숨을 구한 사례도 다수 보고돼 있다. 이렇게 검증된 기술과 서비스가 국제 표준이라는 절차의 벽 앞에서 아직 도로 위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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