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픽업트럭 타스만의 파생 모델인 '더 기아 타스만 오픈베드'를 지난 1일부터 국내에 계약 개시했다. 2인승 싱글캡에 3면 개폐형 적재함을 얹은 이 모델은 겉보기엔 단순한 파생 모델이지만, 그 등장 배경을 뜯어보면 국내 1톤 트럭 시장의 지각변동이 함께 읽힌다.
왜 지금 오픈베드였을까
기아는 이번에 2027 타스만 연식변경과 함께 타스만 오픈베드를 처음 공개했다. 오픈베드는 기존 5인승 타스만에서 2열 좌석을 없애고 그 자리까지 짐칸으로 확장한 파생 모델이다.
단순히 라인업을 늘리는 차원의 결정으로 보기엔 타이밍이 절묘하다. 타스만 본연의 국내 판매 실적, 내년부터 시행되는 안전기준, 그리고 봉고 이후를 준비하는 기아의 전략까지 세 가지 배경이 겹쳐 있다.
국내에서 벌어진 4배 격차
첫 번째 배경은 타스만의 국내 판매 부진이다. 타스만은 올해 상반기 누적 1,976대가 팔렸다. (출처: 국내 완성차 월별 판매실적 집계 기준 2026.06) 1월 376대로 출발해 300대 초반에서 400대 사이를 오가다 5월부터는 250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동급 경쟁 모델인 KGM 무쏘는 7,975대가 판매됐다. 타스만보다 4배 이상 많은 수치다. 픽업트럭이라는 좁은 세그먼트 안에서도 격차가 뚜렷하게 갈린 셈이다.
타스만 vs 무쏘, 국내외 판매량 비교
| 구분 | 기아 타스만 | KGM 무쏘 |
|---|---|---|
| 국내 판매(2026년 상반기) | 1,976대 | 7,975대 |
| 호주 판매(출시 후 1년) | 6,290대 | - |
| 엔진 라인업 | 2.5 가솔린 터보 단일 | 2.0 가솔린·2.2 디젤 |
(판매실적 출처: 국내외 완성차 월별 판매실적 집계 기준 2026.06)
호주에서도 안 통한 디자인
타스만은 애초 국내보다 호주 시장을 정조준하고 개발된 차다. 이름부터 호주와 뉴질랜드 사이 타스만해에서 따왔고, 개발 단계부터 호주법인이 깊이 관여했다. 목표는 호주 연간 2만 대, 점유율 10%였다.
그런데 작년 7월 출시 이후 1년간 판매량은 6,290대에 그쳤다.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이다. 기아 호주법인은 트림 기준 최대 1만3,000호주달러, 우리 돈 약 1,400만 원을 할인하며 재고를 밀어내고 있지만 반등은 뚜렷하지 않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전면부 디자인이 발목을 잡았다
기아 호주법인 CEO 데미안 메디스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고 있다고 직접 인정했다. 전면부 그릴 면적이 넓어 시선이 분산되고, 정작 시각적 중심이 돼야 할 헤드램프는 양끝으로 얇게 흩어져 인상이 산만하다는 지적이다.
픽업 트럭 소비자는 유독 보수적이다
픽업트럭 구매층은 자동차 시장 안에서도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편이다. 호주에서 실제 판매를 견인하는 수요는 캠핑용 트럭이 아니라 광산·농장·건설 현장에서 매일 굴리는 업무용 트럭이다. 기아 호주법인 CEO도 상위 트림은 목표 대비 선방했지만 정작 볼륨을 담당해야 할 하위 트림이 시장에서 힘을 못 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내년부터 바뀌는 트럭 안전기준
두 번째 배경은 국내 1톤 트럭 시장 자체의 구조 변화다. 국토교통부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제102조를 2022년 10월 개정해, 차량총중량 2.5톤 이하 화물차도 정면 고정벽 충돌 시험을 통과해야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출처: 국토교통부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제102조, 2022.10 개정)
신규 개발 차종은 2023년 1월부터 이미 적용받고 있었지만, 생산 중이던 기존 모델에는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그 유예가 끝나는 시점이 바로 2027년 1월 1일이다. 지금 형태의 봉고·포터는 더 이상 판매할 수 없다는 뜻이다.
캡오버 구조의 구조적 한계
봉고와 포터는 엔진 위에 운전석이 얹힌 캡오버 구조다. 본닛이 없다시피 해 차체가 짧아지고 적재 공간이 늘어나는 장점이 있지만, 정면 충돌 시 충격을 흡수할 크럼플존이 사실상 없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치 사고 통계와 시속 30km 정면충돌 실험 결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캡오버형 소형 트럭 탑승자의 사망률은 승용차 대비 5.3배 높았다. 흉부 손상 발생률은 2.2배, 하지부 손상 발생률은 7배에 달했다. (출처: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사고통계·충돌실험 분석, 2018~2023)
봉고 대신 기아가 선택한 카드
같은 규제 앞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대응은 완전히 갈렸다. 현대차는 포터 후속 모델을 세미보닛 구조로 개발 중이다. 본닛을 절반만 살려 크럼플존을 확보하면서도 캡오버의 장점인 짧은 차체와 좁은 회전반경을 어느 정도 유지하겠다는 접근이다.
반면 기아는 봉고 후속 모델을 만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출처: 상용차 전문매체 상용차매거진 보도, 2026) 대신 전기 트럭은 PBV 전용 플랫폼 기반의 PV 시리즈 오픈베드로, 내연기관 1톤 트럭 수요는 이번 타스만 오픈베드로 대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PV 시리즈는 애초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개발돼 세미보닛 구조로 설계됐고, 앞쪽 승객석 부분이 안전기준을 처음부터 충족하도록 만들어졌다.
봉고까지는 필요 없다는 소상공인
세 번째 배경은 타스만 오픈베드가 정확히 어떤 소비자를 노리느냐다. 이번 국내 출시 모델은 2인승 싱글캡에 3면이 모두 열리는 개폐형 적재함을 얹었다. 후륜구동 모델 기준 최대 적재중량은 1톤이다.
적재함 크기는 길이 2,530mm, 너비 1,810mm로 1,100×1,100mm 규격의 국내 표준 파레트 두 개를 무리 없이 실을 수 있다. 기존 5인승 타스만의 적재함(길이 1,512mm·너비 1,572mm)으로는 어려웠던 크기다.
기아 관계자는 "타스만 오픈베드는 험준한 지형을 오가는 도서·산간 작업 현장은 물론, 교외 및 지방의 소상공인에게도 활용도와 경제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최적의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무게보다 부피가 큰 짐을 싣는 경우가 많으면서도, 굳이 봉고까지는 필요 없었던 수요층을 정조준한 셈이다.
다만 파워트레인은 2.5리터 가솔린 터보 단일 사양이다. 국내 트럭 소비자가 선호하는 디젤이 아니라는 점은 여전히 약점으로 남아 있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추가 여부가 이 모델의 장기 성적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타스만 오픈베드 가격
타스만 오픈베드는 단일 트림으로 운영되며 가격은 3,399만 원부터 시작한다. 사륜구동 옵션을 더하면 3,954만 원까지 오른다. 함께 계약을 시작한 2027 타스만 트림별 가격은 다음과 같다.
| 모델 | 트림 | 가격 |
|---|---|---|
| 2027 타스만 | 다이내믹 | 3,500만 원 |
| 2027 타스만 | 어드벤처 | 4,120만 원 |
| 2027 타스만 | 베스트 셀렉션 | 4,350만 원 |
| 2027 타스만 | 익스트림 | 4,505만 원 |
| 2027 타스만 | X-Pro | 5,255만 원 |
| 타스만 오픈베드 | 단일 트림 | 3,399만 원~ |
(가격 출처: 기아 공식 보도자료 2026.07.01)
과연 타스만 오픈베드가 정말 소상공인의 눈높이에 맞을지는 의문이다. 3,399만 원이라는 가격표부터 부담스러운 데다, 파워트레인은 2.5리터 가솔린 터보 단일 사양뿐이다. 저속 토크와 연비를 동시에 따지는 소상공인이 이 조합에 얼마나 지갑을 열지, 아직은 물음표가 남는다.
자주 묻는 질문
Q. 타스만 오픈베드는 몇 인승인가요?
A. 2인승 싱글캡입니다. 뒷좌석 없이 앞좌석만 있고, 그 자리까지 적재함으로 확장한 구조입니다.
Q. 최대 적재중량이 1톤을 넘어도 괜찮나요?
A. 리프스프링 서스펜션 특성상 표기 중량을 소폭 넘겨도 버틸 여력은 있지만, 제조사가 표기한 최대 적재중량을 넘는 적재는 권장하지 않습니다. 단륜 구조라 2.5톤·3톤급 과적은 구조적으로 감당할 수 없습니다.
Q. 왜 디젤이 아니라 가솔린 터보만 나오나요?
A. 강화되는 환경 규제 대응이 어려워지는 디젤 대신 2.5리터 가솔린 터보를 우선 투입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저속 토크와 연비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추가 여부가 관건으로 꼽힙니다.
Q. 기아는 봉고 후속 모델을 아예 안 만드나요?
A. 상용차 전문매체 보도에 따르면 기아 관계자는 기존 내연기관 기반 봉고3 후속 모델 개발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기 트럭은 PBV 전용 플랫폼의 PV 시리즈로, 내연기관 수요는 타스만 오픈베드로 대응한다는 구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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