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ustory | 김기자 |
이 글의 핵심
▪ DCAS 02 발효로 도심 레벨2+ 주행이 열렸지만 핸즈프리는 고속도로·고속화도로만 허용 - 도심 FSD 방식과 정면 충돌
▪ 테슬라 토크식 핸들 구조상 도심 핸즈온 인식 불가 - '토크 파이트' 문제로 DCAS 02 충족 자체가 기술적 난관
▪ 국토부는 현재 DCAS 01 연구 중 - 중국산 테슬라 도심 FSD 합법화 현실 타임라인은 아무리 빨라도 2027년 말~2028년 초

기대감이 34,000대를 팔았다

테슬라 모델YL 도로 주행 장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테슬라 누적 판매는 45,000대를 넘겼다. 현대·기아 다음으로 많이 팔린 브랜드가 테슬라가 됐고, 그 중 모델Y는 단일 차종 전체 판매 순위 2위다. 수입차가 국산 SUV와 나란히 서는 이례적인 성적표다.

가격 경쟁력? 물론이다. 상하이 공장 덕분에 국산차 가격대로 살 수 있는 수입 전기 SUV다. 하지만 가격만으로 이 숫자를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실제로 주변 테슬라 오너들에게 구매 이유를 물어보면 꼭 나오는 말이 있다.

"규제만 풀리면 FSD 업데이트 한 방에 완전자율주행 되는 거잖아요."

지금 중국산 모델Y는 FSD를 쓸 수 없다. 국내 규정 미비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구매를 당기는 심리 요인이 되고 있다. 그 기대가 34,000대라는 숫자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 "언젠가"는 도대체 언제인가. 일부 미디어는 단정적으로 말한다. "곧 됩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면 됩니다." 그런데 실제로 규정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훨씬 복잡하다. 추측과 희망을 걷어내고 DCAS 02 원문 99페이지를 직접 분석한 결과를 공유한다.

DCAS 02, 판이 바뀌었다

DCAS 규정 설명 인포그래픽

한국은 UNECE(유엔 유럽 경제 위원회)가 만드는 자동차 안전 기준을 국내법으로 받아들이는 1958 협정 가입국이다. 일본, 호주 포함 60여 개국이 이 체계 안에 묶여 있고, 한국도 UNECE 규정을 자동차 안전 기준(KMVSS)에 편입하는 방식으로 운용한다.

레벨2+ 운전자 보조 시스템 관련 규정이 바로 DCAS(UN Regulation No. 171)다. 운전자 책임 아래 손을 떼고 시스템이 주도해서 차선을 바꾸고 목적지까지 자율 주행하는 걸 허용하는 국제 기준이다.

DCAS 규정 발효 이력
▪ 공개 버전 - 2022년 9월 22일 발효 (고속도로 핸즈프리 허용)
▪ 01 개정 - 2023년 9월 26일 발효 (BMW 고속도로 핸즈프리 인증 기준)
▪ 02 개정 - 2026년 초 발효 (하이웨이 라이크 도로 + 도심 주행 허용, 단 핸즈프리는 고속도로만)

이번 DCAS 02의 가장 큰 변화는 시스템이 주도하는 주행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기존에는 고속도로만 가능했는데 두 가지 영역이 추가됐다.

고속화도로까지 확장

원문 5.3.7.2조 기준, 하이웨이 라이크(Highway-like) 도로는 2차로 이상, 제한속도 시속 80km 이상, 물리적 중앙분리대 있음, 평면 교차로·횡단보도·철길 건널목 없는 도로다. 우리나라로 치면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동부간선도로 같은 자동차 전용 고속화도로가 여기 해당된다.

도심 주행도 가능해졌다 - 하지만

5.3.7.2.5.3.2조의 'Non-Highway Operation', 드디어 일반 도심 도로에서도 시스템이 주도하는 주행이 열렸다. 규제 입장에서는 매우 큰 진전이다. 그런데 여기에 결정적인 함정이 있다. 도심 주행이 허용된 것과 도심 핸즈프리가 허용된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도심 핸즈프리는 여전히 금지다

핸들에 손을 올린 드라이버 모습

DCAS 02 원문 25페이지 5.5.4.2.6.5조를 보면 명확하다. 핸즈온 요청(HOR, Hands-On Request)을 유예할 수 있는 구간 - 즉 핸즈프리를 법적으로 허용하는 구간은 오직 하이웨이와 하이웨이 라이크 도로뿐이다.

일반 도심 도로에서는 시스템이 아무리 알아서 핸들을 돌리고 움직여도 운전자가 반드시 핸들을 잡고 있어야 한다. 도심 차선 변경, 신호 인식, 교차로 통과 모두 운전자 손이 핸들에 올라온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더 엄격해진 부분도 있다. 기존에는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떼면 "5초 이내에 핸들 잡으세요"라는 경고를 발령하면 됐다. 그런데 도심 주행 중에는 원문 24페이지 5.5.2.6조 기준, 손을 떼는 순간 유예 시간 없이 즉시 운전 주도권을 운전자에게 넘기는 'DCA(Direct Control Alert)'를 발령해야 한다.

한마디로 테슬라 FSD처럼 팔짱 끼고 좌회전·우회전하는 주행은 DCAS 02 기준에서도 도심에서는 불법이다. 도심 레벨2+ 기능이 열린 것은 맞지만, FSD의 본질인 도심 핸즈프리는 여기서도 막혀 있다.

테슬라 핸들이 발목을 잡는다

벤츠 정전식 핸들

도심에서 핸즈프리가 안 된다면, 손을 살짝 올려놓고 FSD가 작동되는 방식은 어떨까. 벤츠가 정확히 이 방식을 택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MB Drive Assist Pro' 주행 영상을 보면 운전자가 핸들에 손을 살짝 얹어놓고 있다. 얼핏 핸즈프리처럼 보이지만 이건 규정 준수를 위한 계산된 설계다. 벤츠는 정전식 핸들을 기본 채택해서 피부만 닿아도 손을 인식한다. 살짝 손만 얹어도 핸즈온 인식이 되고, DCAS 02 도심 주행 조건을 충족하면서 레벨2+ 기능이 합법적으로 돌아가는 구조다.

테슬라는 다르다. 테슬라는 토크식 핸들을 쓴다. 핸들에 물리적인 힘을 줘야 손을 잡았다고 인식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구조적 충돌이 생긴다.

도심에서 FSD가 핸들을 자유롭게 돌리며 주행하는 상황에서, 운전자가 핸즈온 인식을 위해 핸들에 힘을 주면? 테슬라 시스템은 "운전자가 핸들을 빼앗으려 한다"고 판단하고 FSD를 즉시 꺼버린다. 이게 '토크 파이트(Torque Fight)'다. 토크식 핸들로는 도심 핸즈온 FSD 주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럽 교통안전위원회(ETSC)도 2025년 4월 30일 성명에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테슬라 FSD는 DCAS 02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마저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그래서 테슬라가 유럽에서 택한 전략은 DCAS 준수가 아니다. 신기술 예외 조항 'Article 3(a)'를 활용해 네덜란드, 덴마크, 리투아니아에서 예외 승인을 받은 뒤 EU 전역으로 확대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이 EU 회원국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EU 예외 조항은 한국과 무관하다.

국토부 시계는 출발선에 멈췄다

국토부 청사 외관


2024년 11월, 국회가 국토부에 FSD 관련 질의를 했다. 당시 국토부 공식 답변의 핵심은 이렇다.

"방향지시등 수동 조작 없이 차선 변경을 지원하는 국제 기준(DCAS)이 발효돼 국내 도입을 위한 제도 연구를 준비 중입니다."

여기서 결정적인 포인트가 있다. 국토부가 도입 연구를 준비 중인 건 DCAS 01이다. 도심 주행을 허용한 DCAS 02가 아니다. 국토부가 밝힌 절차에는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6개월, 입안 6개월, 입법 예고·규제 심사·법제처 심사 3~4개월이 들어간다. 제작사 안전 관리 체계와 사후 사고 모니터링 구축도 필수다.

2024년 11월을 기산점으로 이 과정을 다 더하면 아무리 빨라도 2026년 말~2027년 초다. 그것도 DCAS 01 기준이다. 도심 FSD를 위해서는 DCAS 02가 국내법에 들어와야 하는데, 02를 별도로 연구하면 최소 1년 이상 추가된다.

만약 국토부가 지금 당장 "DCAS 02로 교체해서 연구 시작"을 선언하는 충격적인 발표를 한다고 해도, DCAS 02 자체가 2026년 초에 발효됐으니 이때부터 카운트해도 절차상 2027년 말~2028년 초중반이다. 그리고 앞서 설명한 것처럼 DCAS 02 안에도 도심 핸즈프리는 없다.

세 갈래 길, 어느 경로가 빠른가

테슬라 FSD 세갈래 방향의 선택지 인포그래픽


중국산 테슬라에서 FSD가 지금 미국처럼 작동하려면 어떤 경로가 가능한가. 크게 세 가지다.

① DCAS 03 이상 규정 발전 - 가장 느리다

도심 핸즈프리까지 허용하는 DCAS 03가 만들어지고 국내법에 적용되는 경로다. DCAS 02 논의를 막 마무리한 유럽 실무 그룹(GRVA)은 당분간 실제 적용 데이터를 먼저 수집하겠다고 했다. 다음 개정안 논의는 빨라야 2028년 이후, 국내법 반영까지 더하면 2029년은 되어야 한다.

② 국가가 테슬라만 특별 허용 - 명분이 너무 약하다

DCAS 규정과 별개로 정부가 테슬라 FSD만을 위해 도심 핸즈프리를 특별 허용하는 방식이다.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 메르세데스, BMW, 현대차 그룹이 규정 테두리 안에서 줄을 서고 있는데 테슬라 한 브랜드만 예외를 주면 형평성 논란을 피할 수 없다.

테슬라가 국내에서 쌓아온 사회적 기여도도 빈약하다. 연 매출 3,000억 원대에 영업이익 496억 원을 올리면서 2019년 이후 6년 연속 기부금 집행이 0원이다. 같은 기간 벤츠 40억 원, BMW 16억 7천만 원과 대비된다. 정부가 특별 취급을 해줄 명분이 현실적으로 너무 약하다.

③ 테슬라가 정전식 핸들로 직접 해결 - 기술적으로는 가장 깔끔하다

테슬라가 토크식 핸들을 정전식으로 교체하고, 기존 오너들에게 레트로핏 옵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도심에서 손을 살짝 올려놓기만 해도 핸즈온이 인식되면 DCAS 02를 충족하면서 도심 FSD 주행이 가능해진다. 벤츠가 이미 증명한 경로다.

문제는 비용과 의지다. 한국 시장만을 위해 테슬라가 그런 투자를 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현재 이를 시사하는 공식 발표는 전혀 없다. 이 경우에도 국내 법 정비가 동반돼야 하므로, 최선의 시나리오에서도 2027년 말~2028년 초가 마지노선이다.

항목 테슬라 FSD 벤츠 Drive Assist Pro BMW 고속도로 핸즈프리
핸들 방식 토크식 정전식 정전식
고속도로 핸즈프리 미국 ○ / 한국 × ○ (DCAS 01 인증)
도심 핸즈프리 미국 ○ / DCAS에선 × × (DCAS 02 기준) × (DCAS 02 기준)
DCAS 02 충족 가능성 토크 파이트로 어려움 정전식으로 대응 가능 정전식으로 대응 가능
국내 합법 예상 시기 2027년 말~2028년 이후 2027년~2028년 2026년 말~2027년

(출처: DCAS 02 원문, ETSC 성명 2025.04.30, 각 제조사 공시 자료 기준)

자주 묻는 질문

Q. 테슬라 FSD 한국에서 언제부터 쓸 수 있나요?

A. 현재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2027년 말~2028년 초입니다. 국토부가 DCAS 01을 먼저 국내법에 도입하고 이후 DCAS 02를 추가 연구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며, 테슬라의 핸들 방식 변경 등 기술적 전제도 충족돼야 합니다.

Q. DCAS 02가 발효됐으면 고속도로에서는 테슬라 핸즈프리 주행이 가능한가요?

A. 아직 불가능합니다. DCAS 02는 국제 규정이 발효된 것이며, 한국 국내법(KMVSS)에 편입돼야 효력이 생깁니다. 국토부가 현재 DCAS 01 도입 연구 중이므로 02 반영까지는 추가 절차가 필요합니다.

Q. 도심 FSD와 고속도로 FSD 중 어느 쪽이 먼저 허용될까요?

A. 고속도로 핸즈프리가 먼저입니다. DCAS 01·02 모두 고속도로 핸즈프리는 허용하고 있습니다. 단, 테슬라의 토크식 핸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고속도로에서도 DCAS 기반 합법 주행이 어렵습니다. 도심 핸즈프리는 DCAS 03 이상의 규정이 나와야 가능합니다.

Q. 테슬라 FSD 구독을 미리 결제해두는 게 의미가 있나요?

A. 소프트웨어 가격이 나중에 오를 수 있어서 미리 결제하는 전략도 있습니다. 다만 국내 합법화까지 최소 2년 이상 기다려야 하고, 최종 규정이 어떻게 바뀔지 불확실합니다. 기대치는 현실적으로 낮추는 편이 좋습니다.

Q. 벤츠나 BMW는 왜 한국에서도 핸즈프리가 빨리 가능한가요?

A. 두 브랜드 모두 정전식 핸들을 채택해 DCAS 규정의 핸즈온 요건을 충족하기 쉽습니다. 또한 고속도로 핸즈프리에 해당하는 DCAS 01 인증을 이미 받았거나 준비 중이며, 국토부 도입 일정에 맞춰 출시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핵심 정리
▪ DCAS 02는 도심 레벨2+ 주행을 열었지만 핸즈프리는 여전히 고속도로·고속화도로만 허용 - 테슬라 FSD 방식과 충돌
▪ 토크식 핸들 구조 때문에 도심 핸즈온 인식 자체가 불가 - '토크 파이트'로 DCAS 02 충족이 기술적 난관
▪ 국토부는 현재 DCAS 01 연구 중 - DCAS 02 국내 반영까지 최소 1년 이상 추가 소요
▪ 결론: 중국산 테슬라 도심 FSD 합법화는 아무리 희망적으로 봐도 2027년 말~2028년 초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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