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테슬라의 감독형 FSD와 FSD 버전 14 라이트를 국내 자동차 안전기준에 부적합하다고 처음으로 공식 답변했다. 국민신문고 민원 회신 문서에 담긴 이 한 문장이 지금 테슬라 커뮤니티를 흔들고 있는데, 같은 시점 테슬라가 유럽연합에도 사실상 같은 내용의 예외 승인 신청서를 낸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국토부가 처음 꺼낸 말, "부적합"
국토교통부 국민신문고 민원 회신 원문을 직접 확인해보면 문장은 이렇다. "일반 도로에서 활성화된 테슬라의 감독형 FSD 및 FSD 버전 14 라이트는 자동차 규칙 제89조, 별표 6의 2, 제14호에 부적합하다." 국내 도로를 달리는 특정 회사의 특정 기능을 콕 집어 국토부가 안전기준 부적합 문서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원인은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 같은 질문을 다시 물었다. 1차 답변이 원론적이었기 때문이다. 2024년 12월 국토부는 FSD 국내 도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 "특별히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답했고, 2026년 6월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국토교통기술대전 현장에서 중국산 모델3·Y에도 FSD를 풀어달라는 요구에 "논의를 더 해볼 생각"이라고만 답했다. 제한 없음에서 논의 검토로, 다시 부적합으로 - 1년 8개월 사이 답이 세 번 바뀐 셈이다.
왜 하필 지금 이 답변이 나왔나
지금 국내에서 감독형 FSD를 켤 수 있는 차는 미국에서 만들어 들여온 테슬라뿐이다. 그런데 실제로 국내에 들어오는 모델3·모델Y 중에는 중국 상하이 공장산이 훨씬 많다. 하드웨어도, 소프트웨어를 만든 회사도 같은데 한쪽만 FSD를 켤 수 없는 구조다.
일부 중국산 차주는 비공식 방법으로 FSD를 활성화했고, 국토부는 개조 차량의 미승인 소프트웨어 탑재 조항을 적용해 경찰 수사를 의뢰한 사례까지 있다. 중국산에도 FSD를 풀어달라는 청원도 함께 올라온 상태다. 결국 민원인이 던진 질문은 하나였다. 같은 하드웨어, 같은 소프트웨어인데 왜 하나는 되고 하나는 수사 대상이 되느냐는 것이다.
부적합의 진짜 정체, 깜빡이 조항
부적합이라는 표현만 보면 뭔가 위험하다는 뜻으로 읽기 쉽다. 그런데 국토부가 지목한 자동차규칙 제89조 별표 6의 2, 제10호는 사고나 위험성을 다루는 조항이 아니다. 조향장치, 즉 차가 방향을 바꾸는 방식에 대한 세부 기준이고 그중 레벨2 자율주행에 관한 항목이다.
레벨2는 차가 핸들과 가속·감속을 도와주되 운전자가 계속 지켜보고 책임지는 단계다. 국내 규정은 차로를 변경할 때 운전자가 방향지시등을 직접 켜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FSD는 주변 상황과 경로를 스스로 판단해 방향지시등까지 알아서 켜고 차로를 바꾼다. 국토부가 1차 답변서에 쓴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운전자의 별도 조작 없이 시스템이 차로 변경을 수행하는 기능은 현행 국내 자동차 안전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고 이력이 아니라 서류상 동작 방식의 불일치를 말하고 있다는 뜻이다.
| 원산지 | FSD 사용 가능 여부 | 근거 |
|---|---|---|
| 미국산(모델S·X, 사이버트럭, 미국산 모델3·Y) | 가능 | 한미 FTA 상호인정 예외조항 |
| 중국산(상하이 공장 모델3·Y) | 불가 | 예외 대상 아님, 미승인 소프트웨어 탑재 시 경찰 수사의뢰 사례 있음 |
"안전은 판단하지 않았다"는 말의 무게
이 답변서에서 정작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민원인은 국토부에 둘 중 하나를 골라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산 FSD의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됐다고 보는가, 아니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보는가. 국토부의 답은 둘 다 아니었다. 안전하다고도, 안전하지 않다고도 판단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유는 국내 자동차 제도가 자기인증제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차를 미리 시험해 도장을 찍어주는 방식이 아니라 제작사가 기준에 맞는지 스스로 확인하고 파는 구조다. 국토부는 답변서에서 "국내 자동차 인증 제도 절차에 따라 미국산, 중국산 테슬라 차량에 대한 FSD를 사전 검증하지 않으므로 기술적 차이 유무를 말씀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검증은 하지 않으면서 인증 여부로 사용 가능 여부를 가르고 있고, 그 인증 근거는 정부의 자체 검증이 아니라 한미 FTA라는 협정이라는 뜻이다. 원산지 차별이 아니라 제작사 공인 여부의 차이라는 국토부 설명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검증하지 않는다는 문장과 나란히 놓고 읽으면 논리가 헐거워진다.
유럽도 똑같이 "부적합" 문을 두드렸다
국토부 답변이 발송되던 시점, 테슬라가 유럽연합 규제당국에 제출한 FSD 안전 근거 자료 전체가 공개됐다. 연구 8건, 데이터베이스 25개, 유럽 6개 도시 신호등·회전교차로·횡단보도 상황 23만 회 이상 시험, 종합 통과율 99% 이상, 안전 치명적 사건 0건이라는 수치가 담겨 있다. 그런데 문서 제목을 직접 열어보면 숫자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있다. 제목이 "Article 39 대시보드"다. 유럽연합 규정 2018/858 제39조, 현행 규정에 맞지 않는 신기술을 예외로 허가해달라고 신청할 때 쓰는 조항이다. 즉 이 문서는 "우리는 규정에 맞습니다"가 아니라 "우리는 지금 규정에는 맞지 않으니 예외로 봐달라"는 신청서였다.
테슬라가 요청한 예외 다섯 건 중 1~3번은 모두 같은 것을 가리킨다. 운전자가 지시하지 않았는데 시스템이 스스로 차로를 바꾸는 동작을 허용해달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부적합이라 불리는 지점과 정확히 같다. 국토부가 테슬라를 반박한 게 아니라 테슬라가 이미 스스로 인정하고 있던 것을 확인해준 셈이다. 흥미로운 건 테슬라가 자기에게 불리한 수치도 그대로 적어놨다는 점이다. 유럽 생활도로에서 FSD의 자동긴급제동 작동률은 100만 마일당 682.7건으로, 사람이 직접 운전했을 때의 653.6건보다 4.5% 더 높다고 명시했다. 데이터를 부풀린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이번엔 불리한 부분까지 가감 없이 공개한 것으로 읽힌다.
| 국가 | 승인 시점 | 비고 |
|---|---|---|
| 네덜란드 | 2026년 4월 | 최초 승인국 |
| 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덴마크·벨기에 | 2026년 순차 | 누적 고객 7만 명 이상, 유럽 인구의 9% 미만 |
그래서 한국은 언제 열리나
유럽에는 문이 하나 있다. 규정에 안 맞는 신기술이 나오면 무조건 막는 대신 조건을 걸고 통과시켜보는 창구, 2018/858 제39조다. 지금은 이 문을 얼마나 넓힐지를 27개 회원국이 표결로 정하는 단계다. 표결일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 10월 6일로 잡혀 있다.
한국에는 이런 문 자체가 아직 없다. 대신 정문 옆에 곁문이 하나 있는데, 한미 FTA라는 협정을 통해 미국산 차량만 지나갈 수 있는 구조다. 지금 국내에서 왜 중국산은 안 되고 미국산만 되느냐는 논쟁은 정문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인 셈이다. 국토부 답변서를 보면 이 정문을 만드는 작업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별도의 정책연구나 전담 TF는 구성돼 있지 않고, 국제 회의에는 참석하되 공식 안건을 낸 적은 없으며, 가이드라인 제작은 검토를 예정하고 있을 뿐 시작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명시돼 있다.
정리하면 한국의 FSD 문제는 이제 기술 검증의 영역이 아니라 행정 일정의 영역으로 넘어간 상태다. 국토부는 답변서에 "국내 기준을 국제 기준에 맞춰 운영하겠다"고 써놓았지만 이게 자동으로 뒤따라온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 국내에서 FSD를 쓰고 있는 미국산 테슬라 차주라면 이번 답변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시정명령이나 운행제한 같은 언급 자체가 답변서에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산 모델3·Y 차주가 비공식 활성화를 시도하는 것은 이미 경찰 수사의뢰로 이어진 전례가 있으니 피하는 게 맞고, 10월 6일 유럽 표결 결과와 그 직후 국토부가 내놓는 언급을 함께 확인해두는 편이 앞으로의 판단에 실질적인 근거가 된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금 국내에서 FSD를 쓰고 있는 테슬라 차주는 문제가 되나요?
A. 아니다. 답변서에는 미국산 차량에 대한 시정명령이나 운행제한 조치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국토부는 사후 관리를 계속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Q. 테슬라 FSD 한국 승인은 정확히 언제쯤 가능한가요?
A. 확정된 시점은 없다. 10월 6일 유럽연합 27개국 표결이 하나의 분기점이 될 수 있지만, 국토부에 아직 관련 정책연구나 전담 TF가 없는 만큼 국내 제도 정비까지는 별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Q. 중국산 테슬라 모델3·Y는 왜 FSD를 쓸 수 없나요?
A.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미국산과 동일해도 한미 FTA 상호인정 예외조항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공식으로 활성화했다가 경찰 수사의뢰로 이어진 사례가 있어 권장되지 않는다.
Q. 유럽에서 FSD가 통과되면 한국도 자동으로 따라가나요?
A. 자동 연동은 아니다. 국토부는 국내 기준을 국제 기준에 맞춰 운영하겠다고 답변서에 밝혔지만, 이는 방향성일 뿐 시행 시점을 못박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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